고등학생이 되고 처음 국제회의 기획사라는 직업을 소개한 신문 기사를 보았다.
점점 내가 갈 수 있는 대학이 정해지는 시기라 그런지 현실적으로 내가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직업이 필요했다.
그러던 중 영어도 잘해야 하고 세계적인 국제회의를 기획해야 하는 국제회의 기획사라는 직업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.
재수가 끝나고 21살이 됐을 때, 난 남들보다 1년을 늦게 출발한 기분이었다. 비록 원하는 대학엔 가지 못했지만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면 나의 잃어버린 1년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 믿고 바삐 움직였다.
먼저 국제 회의 운영요원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지켜보고 싶었다. 그 당시 자원 봉사직도 많았지만 기획하시는 분들과 가까이 호흡하는 운영요원이라는 알바가 있다는 걸 알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.
그래서 영어회화 학원을 먼저 등록했다. 21살, 대학교 1학년 그렇게 나의 바쁘게 사는 하루가 시작되었다. 부산이라는 지역적 한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. 벡스코도 있고 여러 가지 회의, 학회, 행사가 많이 할 거라는 기대와 함께 차근차근 찾아나갔다. 그렇게 패기 넘치게 운영요원 모집이라는 공고까지 찾아냈다.
가장 처음 공식적인 행사 운영요원으로 일해보게 된건 프레타포르테 부산 패션쇼였다. 2009년에 열렸던 이 행사는 외국 디자이너나 모델 그리고 기자들을 초청했기 때문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운영요원이 필요했다. 나는 그때 처음으로 이력서를 썼다. 그러고 걸려온 전화 한 통화, 전화로 영어 면접이 가능하냐는 담당자의 전화였다. 나는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한다. 강하게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.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지하철을 탈 때 전화 면접이 시작됐는데 난 정말 최고로 자신감 있게 영어로 대답하기 시작했다. 나는 경험도 이력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 온 기회를 절! 대! 놓쳐선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. 그렇게 나는 최초로 합격의 기쁨을 맛보았다.
합격하고 일을 다하고 담당자한테 물어봤다. 뽑히고 나니 내가 제일 막내였고 어학성적도 아직 있지않은 대학교 1학년생인 날 뭘 보고 뽑아줬나 궁금했다. 담당자는 나에게 그렇게 자신감 있게 영어로 대답하는 게 믿음이 갔다고 했다. 패션쇼는 3일이었고 운영요원은 거의 5일 동안 일을 하였다. 나의 눈에는 모든 게 즐겁고 재밌고 신기한 거 투성이었다.
정말 유명한 모델들이 내 눈앞에 대거 있었고 외국인 모델을 공항에 픽업하러 가고 기자들과도 소통하느라 정말 바빴다.
그 와중에 VIP 티켓 관리를 하면서 또 모델들과 친해졌는데 그중에 친해진 모델이 신인 모델 안재현이었다 :-)
5-6년간은 연락을 했는데 지금은 너무 유명해져서 연락이 닿질 않지만 볼 때마다 잘돼서 기분이 좋다.
패션쇼도 관계자 자리에서 보고 싶은 쇼는 다 들어가서 볼 수 있었고 화려한 세계에 처음 눈을 뜬 기분이었다.
와... 이런 세계도 있구나 싶었다. 그렇게 좋은 경험을 하고 나는 그때부터 부산에 있는 모든 국제적 행사에 참석하겠노라 다짐했다. 나의 이력서 첫 줄이 완성되었던 순간이었다.
"2009 프레타 포르테 부산 패션쇼 통역 및 VIP 담당"
한 번의 경험으로 그 뒤부터 나는 자신감 넘치게 면접을 보았고 정말 다양한 회의 및 행사에서 일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.
OECD 세계포럼이라는 아주 큰 행사도 운영요원으로 일할 수 있었다. 이때 자원봉사자 100명을 넘게 뽑았었는데 나는 통계청 직원이 직접 면접을 보는 운영요원 면접을 따로 봐서 45명의 운영요원 안에 들 수 있었다.
이 때도 21살, 나는 막내로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기서 알게 된 언니 오빠들과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.
멋 내고 화장하기보다 운영요원으로 일하는 게 정말 즐거웠다. 일하면 일 할 수 록 국제회의 기획가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생각만 들었다. 영어도 더욱 열심히 했다. 운영요원으로 알게 된 언니 오빠들은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도 많았고 영어는 당연하고 다른 언어도 잘하는 사람이 많았다. 앞으로 내가 20대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.
각 나라의 대통령도 만나고 세계적인 유명한 사람도 만나고 대기업 회장도 만나고 연예인도 만나고 소통했지만 난 내가 앞으로 어떤 방향을 잡고 살아가야 할지 더 혼란스럽기 시작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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